축구계 원로들의 민낯이 젊은 축구인들의 폭로로 드러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쓴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환도 목소리를 냈다.

안정환은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안정환 19'에 김남일, 김영광, 조원희와 함께 출연해 20년 전 함께했던 국가대표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광아, 억욱해 하지마,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다 알게 될 거야'라는 제목 아래 안정환은 과거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임하고, 그 안에서 벌어진 옛 축구인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안정환은 2004년 6월부터 2005년 8월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조 본프레레 감독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본프레레 감독의 커리어가 다른 감독보다 떨어진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떻게든 본프레레 감독을 자르고 자신이 감독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라고 폭로했다.

안정환이 "다들 공감하잖아"라고 묻자 출연진 모두 "맞아, 맞아"라고 수긍했다. 김남일도 "그때 당시에 선수들이 어떤 느낌이었냐면 감독이 2명인 것 같았다"라고 의미심장한 말까지 덧붙였다.

본프레레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 진출을 이끌고도 본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자진 사퇴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형식이었으나 사실상은 여론과 축구협회의 퇴진 압박이 거세 경질에 가까웠다. 당시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이자 기술위원장이 기술위를 열고 이를 수용했다.

최근 불거진 축구계 흐름과도 유사하다. 외국인 지도자를 향한 국내 축구인들의 텃세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이던 박주호는 5개월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을 찾는 작업에 열중했다.

현역 시절 유럽에서 오래 뛰었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외국인 지도자를 여럿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박주호 추천으로 제시 마쉬 감독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박주호는 자신의 유튜브 '캡틴 파추호'를 통해 "회의를 하기도 전부터 '국내 감독이 낫지 않냐'는 대화가 오갔다. 외국 감독을 제안하면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국내 감독에 대해선 무작정 좋다고 했다"라고 했다.

20년 전과 같은 움직임도 포착됐다. 박주호는 "임시 감독을 뽑을 때는 무작정 투표하자고 했다. 심지어 내부에서는 사리사욕을 위해 자신이 임시 감독이 되려는 이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안정환과 김남일 등 20년 전 대표팀 운영 때 선수들이 느꼈던 이기적인 축구인들의 모습과 맞닿아있다.

박주호가 공정하지 않은 축구협회의 실태를 공개한 뒤 선수 출신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내주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멤버였던 이천수, 이영표가 협회 선임 과정을 비판했고, 박지성도 작심 발언을 건넸다. 특히 박지성은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복을 하느냐 마느냐는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님의 결정이 남았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바뀔 거란 기대는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내 생각은 전달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동국도 거들었다. 그는 "지금의 이슈에서 법적 대응 한 단어가 머리속을 강타한다. 누구보다 노력을 한 사람(박주호)에게 이런 단어를 쓰는 건 아니"라며 "신뢰를 잃은 지금 누구의 탓이 아니라 모두가 본인의 탓이라 생각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 뒤에도 조원희와 김영광 등이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안정환도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은 축구계 외국인 지도자를 터부시하는 경향을 털어놨다.

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축구계 원로인 이회택 OB축구회장은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지만 전력강화위가 뽑은 지도자다. 박지성, 박주호 등이 여기저기에서 너무 비판하는 소리만 쏟아내고 있다.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후배들도 언젠가는 협회장, 대표팀 감독, 프로팀 감독이 될 재목들이다. 최소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회택 회장의 발언에 박주호는 재차 "공정성, 투명성 등 모든 부분에서 정상적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객관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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